2019.1.27. Just do it

2019. 1. 27. 23:40::그냥::


성인이 되면서 부터 생긴 작은 즐거움은 수첩에 조그맣게 해보고 싶었던 일을 적어 보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 이라고 제목 붙여진 수첩을 보며 그 걸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나름 소소하다.

미국 횡단하기
박찬호 싸인받기
아이슬란드에 가서 오로라 보기
지프 레니게이드 사기
타일기능사 자격증 따기
특수용접 자격증 따기
기타 배우기
수영 배우기
전국일주 하기
등등등 

이룬 일 도 있고, 이루지 못한 일도 있지만 한페이지 넘게 빼곡히 들어선 수첩에는 언젠가 부터 "해외에서 2년 이상 살아보기" 라는 문장이 작게 적혀있었다.




오전회의가 끝난 뒤 성과 보고와 필연적으로 뒤따라오는 상사의 질책. 다른 부서의 폭풍같은 요청을 스트레스와 함께 꾸역꾸역 시간 속에 채우다
모니터에 비친,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내 모습이 그날 따라 비참해 보였다.

긴 한숨으로도 전부 날려 버리지 못한 스트레스는 생전 없던 두통을 만들었고
매번 크리에이브한 썸띵을 원하는 상사의 장단을 맞추기에 너무 낡아 버린 머리는 더이상 핑핑 돌아가지 않았다.

멍하게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늘어났다.
두통으로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며 누구는 번아웃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과로라고도 했다.

그만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엊그제 읽은 뉴스의 헤드라인 "청년실업 107만 시대", "고용한파 몰아친다"가 자꾸 떠올랐다.


회사에서 묵혔놨던 스트레스를 직장동료와 함께 안주삼아 털어내는 작은 저녁시간을 좋아한다.

꽤 오래전 일이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스트레스를 고기로 눌러담고 있는 와중에 동료가 캐나다에 있는 형 이야기를 해주었다.


막연히 가고 싶다고 생각만하며 "나도 갈래 캐나다" 했던 날이 떠올랐다.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캐나다에 가고 싶었다


"캐나다? 좋지!, 근데 뭘 준비하고 있냐?"

간단한 되물음이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준비하는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때 마다 떠올리는건 내 수첩이다.

수첩에는 "하고 싶은 일" 뿐만 아니라 좌우명도 함께 적혀 있다.

"JUST DO IT"

유명한 모 스포츠 회사의 캐치프레이즈지만 내 좌우명이기도 하다.

아직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 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첫술부터 배부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걸음씩 가면 된다. 가다보면 어느새 이만큼이나 걸어 와있는 나를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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